민주당은 올 초 이재명 대표 주재로 정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재명 민주당 체제를 혁신할 각종 개혁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위원장은 초선 장경태 의원이 맡았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당 안팎에서 “도대체 뭐 하는 조직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1.06. /뉴시스

얼마 전 혁신위는 내년 총선 공천에 ‘개딸’ 강성 당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비명계가 크게 반발하며 당내 여론이 악화되자, 장 위원장은 “검토만 한 것”이라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최근에는 당직자가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을 삭제한다고 알려졌다. 장 위원장은 이런 내용으로 언론 인터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기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논란이 커지자 장 위원장은 “당헌 개정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설익은 안을 가지고 장 위원장이 자기 장사만 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1.06. /뉴시스

우스운 점은 불과 1년 전 대선을 몇 달 앞둔 시점에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이재명 대선 후보 주재로 정당혁신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혁신위에서 정’당’혁신위로 한 글자만 다르다. 당시 위원장도 장 위원장이었다. 장 위원장은 그때도 언론 카메라 앞에서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 장 위원장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보이는 당시 혁신안은 주옥같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당규를 고쳐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안’을 이번 국회부터 시행하자고 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자”며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자고 했다. 장 위원장은 “체포 동의안 표결도 ‘깜깜이 표결’이 아닌 ‘기명 투표’로 해 방탄 국회,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없애자”고 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그 배우자의 경조사에 축의금, 부의금 수수 금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강력 범죄, 성범죄 등 공천 부적격 사유 당헌· 당규에 명시’ 등 더할 나위 없는 대부분의 정치 혁신안이 모두 발표됐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똑같이 장 위원장이 이끄는 이름 한 글자만 바뀐 정치혁신위에서 이렇듯 좋은 혁신안들을 논의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사수하자고 정반대 소리를 한다. 오로지 강성 당원 눈치만 보며 민심 대신 ‘개딸’ 입맛에 맞는 혁신안만 찾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곤 대선이 끝났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뿐이다.

선거를 앞두고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1년 만에 이름 한 글자만 바꾼 똑같은 조직을 만들고 지나간 일은 다 잊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 국민을 깔봐도 너무 깔보는 것이다. 민주당 정치혁신위는 지난해 정당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부터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