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택시업계가 구인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7월 11일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동신운수에 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이 업체는 차량은 438대, 등록된 기사는 201명이다. 이 날은 궂은 날씨로 140명만 출근했다./김동환 기자

“안 받던 월급을 받았더니, 수입이 줄었어요. 이러니 기사들이 택시 판을 떠나요.”

최근 만난 택시 기사 이모(65)씨가 말했다. 그동안 월급이 없었다니 무슨 말일까. 원래 택시엔 사납금이라는 독특한 급여 시스템이 있었다. 법인에 소속된 택시 기사는 하루 정해진 최소 매출분을 회사에 내야 했다. 이 돈이 사납금이다. 기사는 월 130~150만원 낮은 수준의 최소 임금만 보장받지만, 사납금을 넘겨 번 매출은 100% 인센티브로 가져갔다. 물론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이 깎인다. 철저한 성과 중심 급여 체계인 것이다.

이제 사납금은 현행법상 불법이 됐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일부 강성 택시노조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법을 개정해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택시 기사가 하루 벌어들인 모든 돈을 회사에 입금하고, 실적과 무관하게 정해진 급여를 받도록 규정했다. 택시 기사도 평범한 직장인처럼 월급을 받게 된 것이다. 월급제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먼저 시행됐고,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기사들은 “월급제 도입으로 버는 돈이 줄었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실제 서울 C운수회사의 급여 체계를 기준으로 모의 계산을 해봤다. 한 달 24일 일하는 A씨의 택시 월 매출은 500만원이다. 과거 제도에선 사납금 360만원을 제외하고 A씨는 인센티브 140만원을 가져갔다. 여기에 기본급여 140만원을 더하면 A씨 월수입은 280만원이었다. 하지만 월급제에선 238만원으로 준다. 실적과 무관한 월급 190만원이 보장되지만 한 달 인센티브가 48만원으로 줄고 택시 회사가 가져가는 돈이 360만원에서 452만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택시 회사가 악덕 사업주이기 때문일까. 회사는 과거 기사의 사납금만 매출로 잡혔지만, 이제 택시가 번 모든 돈이 매출로 잡힌다. 법인세도 그만큼 늘었다. 과거 회사가 70% 정도만 부담했던 연료비도 이제 회사가 100% 부담한다. 사실상 프리랜서였던 기사들이 정규직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 무엇보다 개인 실적과 무관하게 월급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 기사의 손실분을 흑자 기사가 메우는 구조가 됐다. C운수 대표는 “부지런한 기사들은 배달·대리운전으로 떠났고, 저(低)성과 기사만 남았다”고 했다. 반나절 회사를 떠나 철저하게 개인 영업을 뛰는 택시업의 특성을 무시한 월급제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열심히 밤을 달렸던 택시 기사들은 운전대를 놓았고, 남은 기사들은 차를 몰아도 수입이 도통 늘지 않는다. 그러니 기사가 없어 회사는 차고지에 택시 10대가 있어도 3~4대밖에 돌리질 못한다. 민주당은 월급제를 도입하면서 “택시 기사 처우가 개선되고, 산업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전히 시민들은 밤마다 택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정치가 시장에 어설프게 끼어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