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대로 할 테니까 여러분은 조심해서 힘차게 응원해주세요.”

19일 잠실 야구장. LG 트윈스 응원단장이 1회 말 공격을 앞두고 웃으며 말했다. 조심해서 힘차게 응원해달라는 말이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처럼 어색하게 들렸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사정이 있다.

지난 4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날인 18일부터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야구장에서도 육성 응원이 원칙적으로 가능해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응원가를 불러도 전처럼 현장 요원이 제지하지 않는다. 육성 응원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육성 응원 금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든 현장 요원들이 눈에 띄었다. 양 팀 응원단도 함성 대신 박수를 유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육성 응원을 처벌하진 않겠으나 알아서 자제하라며 권고 수칙으로 남겨둔 탓이다.

응원단을 운영하는 구단이나 KBO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육성 응원을 해도 된다는 건지 안 된다는 건지 지침이 너무 모호하다”며 “문체부에서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육성 응원을 유도해도 된다고 구단에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대본은 육성 응원 시 침방울이 튈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와봤다면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탄식과 함성을 규정으로 틀어막을 수 없다는 걸 금세 알 것이다.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키움의 박동원이 3회 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홈런을 터뜨리자 관객석에선 어쩔 수 없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포츠란 그렇다. 응원가 부르거나 구호 외치는 걸 참을 순 있겠지만, 절로 나오는 함성과 탄식을 막기는 쉽지 않다.

이날 잠실을 찾은 야구팬 대부분은 응원하는 내내 철저히 마스크를 썼다. 먹고 마실 때만 마스크를 내릴 뿐 경기를 보고 응원할 때는 다시 마스크를 쓰는 이가 대다수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밀집해 밀접 접촉하는 ‘3밀’ 상황에서도 마스크만 잘 쓰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지난 3년간 방역 당국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바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조차 육성 응원을 자제하라는 권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행사와 비교해봐도 육성 응원 자제령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교회는 지난 부활절에 대면 예배를 진행했지만 찬양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지는 않았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노래 부르는 일이 허용된다면 야구장에서 육성 응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잠실 야구장을 찾은 한 팬은 “응원가도 ‘떼창’ 하고 소리 지르면서 스트레스 풀러 오는 곳이 야구장인데,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응원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명확하게 방침을 밝혀야 한다. 스포츠 현장에서만 함성이 들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