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선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이 문 대통령 동생의 한국해양대 동창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건 3년 전이었다. 그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직후였는데, 한 조선업 관계자로부터 “박이 문 대통령 동생과 대학 친구 사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2018년 1월 대우조선을 찾았을 당시 상무에 불과했는데도 사업 현황을 브리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곧바로 박 사장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해명을 요청했다.

“대통령의 동생과 안다는 핑계로 뭘 바란 적이 없으며, 문재익(문 대통령 동생) 선장의 성격이 형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이 나이에도 배를 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꽤 오래 전인 학창 시절에도 강직한 성격이라 누구의 부탁을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 하는 성격은 아닌 것으로 기억합니다. 졸업 후 38년간 만난 횟수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그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입사 이후 상무 때까지 핵심 보직과 거리가 먼 곳에서 일했던 그는 2018년 3월 전무로 승진하면서부터 특수선사업본부장·조선소장이라는 요직을 거쳐 올해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첫 생산 현장 출신, 첫 한국해양대 출신 사장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그의 인생이 역전된 것만은 틀림없다.

이 인사의 배후에 산업은행이 있다.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산은은 2001년 이 회사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 이후 생산·재무·임원 인사 등 모든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해왔다. 산은이 퇴직 임원들을 대우조선에 줄줄이 낙하산으로 기용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산은의 돈을 1원이라도 받아본 회사들은 “볼펜 한 자루 사는 것도 산은의 허락을 받을 정도”라고 말한다. 산은은 국책은행을 넘어 권력기관이 된 지 오래다.

친문 인사 알박기 논란이 일자 산은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 사장과 사전에 조직 개편 논의를 하고, 느닷없이 이사회 일정을 앞당기는 등 박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해 놓고 선임 절차를 추진했다는 증언이 쏟아지는데도 산은은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산은 측 인사들을 모아 대표이사 추천권이 있는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놓고도 그 위원회가 독립적이라고 주장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산은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취재를 시작했을 때 “결국 박이 대표이사 자리에도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를 추적했다. 그럼에도 내심 이 확신이 틀리길 바랐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고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길한 확신은 여지없이 현실이 됐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이런 예감이 틀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