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들은 검찰을 도구로 사용했다. 수사를 통해 정적(政敵)을 없애거나 정권을 보위(保衛)하는 용도였다.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이나 예외는 없었다. 검찰은 기꺼이 정권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사실상 독점적으로 소유한 기소권을 통해 내 편에게는 한없이 무딘 칼이 됐고 상대편에게는 날 선 칼이었다. 그 대가로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은 ‘요직(要職)’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1.3.18 /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 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더 두드러졌다. 2017년 시작된 이른바 ‘적폐 수사’는 과거 정부를 상대로 수년간 집요하게 이어지며 정권 지지율을 떠받드는 역할을 했다.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 현 정부를 향한 수사는 번번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서 멈춰 섰다.

검사들은 언론에서 검찰을 향해 ‘정권의 사냥개’ ‘정권의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앞서 말한 사례들만 봐도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현재 검찰은 과거에 비해 수사 능력까지 상실해 ‘이빨 빠진 사냥개’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보여준 ‘대장동 수사’에서 이러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번 검찰에 주어졌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권한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 등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형사재판에 세울 수 있게 하는 기소권도 검찰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당선이 되든 새 정권은 또다시 검찰을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 출범 직후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한 여러 요구가 검찰에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오늘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로 들어서는 정권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배척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수사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에서 불거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이나 청와대의 ‘김학의 성접대 사건 기획사정 의혹’ 등 국민적 관심사였지만 정권 눈치를 보며 머뭇대다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수사들이 대표적이다.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단번에 끌어올릴 묘수는 없다. 수사 결과가 검찰 조직에 미칠 유·불리를 생각하지 말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춰 정도(正道)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검찰로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