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을 조금이라도 타내려고 시장이 직접 찾아가도 기획재정부 예산실 국장·과장 만나긴 참 어렵죠.” 경북의 한 지자체 예산 담당 과장으로 일했던 한 전직 공무원은 중앙정부에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형식적으로는 시장·군수가 중앙부처 과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지만, 정부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그들을 찾아가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늘 형편이 좋은 지자체의 장이었다. 행정안정부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 성남시의 재정자립도(결산 기준)는 52.6%로 광역·기초지자체를 합쳐서 일곱째로 높았다. 형편이 좋은 ‘수도권 지자체’인 덕분에 당시 시장이었던 이 지사가 청년수당·무상교복 등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와 각을 세울 수도 있었다. 경기도 역시 2019년 재정자립도 50.6%로 전국 8위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에 성남시나 경기도 같은 형편이 좋은 지자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2019년 기준 경북 봉화군의 재정자립도는 4.8%다. 전남 진도군과 경북 영양군도 재정자립도가 5%쯤 된다. 대한민국 전체의 형편은 경기도와 봉화군 그 사이 어디쯤일 것이다.
최근 이 지사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 경기도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는 것에 대해 ‘타 시·도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이 지사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가 국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지급하느냐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지사는 최근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임기 내에 청년에게 연 200만원, 그 외 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정 구조 개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작년과 올해 추가 경정 예산 편성 과정에서 세출 구조 조정은 지급 시점을 미루는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IMF마저 우리나라에 40%에 불과한 국채 비율을 60% 선으로 끌어올려 재정을 운용하라 충고한다”고 썼다. 그런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기재부에 “정말 그런 보고서가 있느냐”고 문의하자 기재부는 “해당 IMF 보고서는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당시 이 지사는 확장 재정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기재부는 “장래 인구 구조의 변화, 복지 제도의 성숙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 관리 노력이 매우 긴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대권 주자라면 재정에 대해 더 책임감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