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전 오정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대형마트 한 곳을 찾았다. 이날 7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4개월 연속 2%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직접 ‘현장’을 살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날 현장 방문 이후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면 어디서든 긍정적인 지표를 찾아내는 특유의 ‘낙관론’이 또 엿보였다. “농축수산물 물가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9.6% 상승하였지만, 한 자릿수 상승률로 낮아졌고 전월비로도 5개월 연속 하락하는 모습”이라는 식이다. “연초 급등했던 배추‧무‧대파 등은 다행히 평년 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 중” “사과‧배도 생산량이 늘어 이번 추석에는 작년보다 저렴할 것으로 전망” “그간 추진해왔던 고강도 물가 안정 대책에 일부 효과도 있었지만” 등의 구절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대전 서구 이마트 둔산점을 찾아 수입계란 판매 상황 및 농축산물 가격동향을 점검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보통 공무원들은 문제가 생기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홍 부총리는 더 고단수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점은 좋아졌다”라고 부정적 지표 속에서도 긍정적 측면을 찾아내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성장률이나 고용 지표 등에 대해 언급할 때 주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인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2019년과 작년,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을 보정하면서 각 수치가 0.1~0.2%포인트가량 높아지자 이를 ‘트리플 레벨 업’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역성장했는데 그 수준이 조금 줄어든 것을 과연 레벨 업이라고 부를 수 있나.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고용지표가 나올 때는 전월 대비 고용이 늘어난 것을 두고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고용지표는 한 해 전 같은 달과 비교해 분석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공공 일자리 등 단기 일자리 위주로 취업자 수만 늘려놓고, 일자리의 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가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2045년 99%로 정점을 찍는 뒤 차츰 하락할 것이라는 장기 재정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국가 채무 비율이 2040년에 103.9%로 100%를 넘어선 뒤 2070년엔 185.7%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홍 부총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2057년인데, 예산정책처는 2년 더 빠른 2055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통계청이 원래 공표 시점보다 2년 앞서 발표한 ‘장래 인구 특별 추계’ 역시 출생아 수가 더 빠르게 줄면서 빗나가고 있다. 장밋빛 전망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