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8·15 광화문 집회가 GDP(국내총생산)를 0.5%포인트 감소시켰다"며 "집회가 없었더라면 3분기 GDP가 2.4%까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0.5%포인트면 2조30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인데, 8·15 집회 하나가 그런 큰돈을 날렸다고 단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도대체 근거가 뭐냐” “어느 나라 경제 관료가 경제성장률 얘기를 하면서 집회 탓을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호승 수석이 차기 경제부총리를 노리고 한 발언이란 수군거림도 들린다.
이 수석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를 근거로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분기(7~9월) 국내총생산은 2분기(4~6월)보다 1.9%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재확산이 GDP에 0.4~0.5%포인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에도 8·15 집회가 원인이라는 말은 없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효과를 추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8·15 집회 효과만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이 추계조차 실제보다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까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3분기 전망치를 뽑았는데 여기엔 지난 5월 뿌린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도 포함돼 있다. 이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시행한 3분기 결과와 비교하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8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은 아직도 논란이 있다. 평균 5일이 넘는 코로나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8·15 집회 전에 코로나가 재확산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실제 50명 아래로 줄었던 하루 확진자 수는 15일(155명)부터 두 자릿수로 폭증했다. 질병관리청도 최근 8·15 집회로 인한 코로나 사망자는 참석자와 접촉자를 합쳐 모두 12명이라고 밝혔다. 당시 수도권의 코로나 확산은 1차적으로 정부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 정부는 감염 전문가들 반대에도 7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고삐를 푼 것이다. 서울 강남 클럽은 젊은이들로 북적였고 8월 초 전국 관광지 숙소는 예약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소비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했고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수석은 정부 책임은 쏙 빼버리고 8·15 집회 탓을 하며 국민을 속이고 사실상 편 가르기를 한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부동산 문제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정책 탓이란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발언을 할 때 들으면 어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런 경제 참모들이 곁에 있으니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