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호 경제부 기자

재작년 정부가 군 장병 등을 상대로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내놨을 때 놀란 사람이 많았다. 저금리 시대인데 이 상품은 이자가 기본 5%에 우대금리 1%를 더해 최고 6%에 달했기 때문이다. 비과세 혜택까지 합치면 7%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금융위원회와 국방부가 앞장서 상품을 홍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병들 저축 장려를 위해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가입자는 66만명까지 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는 슬그머니 “6%는 못 주겠다”고 발을 빼고 있다. 사실상 과장 허위 광고로 가입자를 모집한 것과 다름없고, 더구나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니 사안이 심각하다.

더 악성인 점은 이런 사실을 진작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별 해명 없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2018년 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추가 우대 금리 1%를 위해 일부 법 조항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수혜자가 저축 여력 있는 중산층 이상에 몰릴 수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의아한 건 국방부나 금융위나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열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장병 복리 증진에 효과가 있고 왜 형평성 논란과 무관한지 설명하지 않고 “저축을 장려하려는 의도”라는 대통령 지시를 다시 읊을 뿐이었다. 이러니 법 개정안이 통과될 리 없다.

결국 6% 금리안은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그럼 대상자인 군 장병들에게 사정을 알리고 가입 유의 사항을 다시 일러줘야 했지만 정부가 한 일이라곤 은행에 “법 개정 전엔 우대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낸 게 전부다. 그사이 ‘꿈의 금리 6%’에 끌린 장병 가입자들은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그러다 올 2월에야 정부는 ‘6%는 지급 불가’를 통보했다. 그것마저 은행이 알아서 알려주라고 했을 뿐 정부가 나서서 한 일도 아니다.

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구조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이 적금 법안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도 당분간 재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 말만 믿고 월급을 털어 넣은 수십만 장병만 울화를 삭이고 있다. 더 가관은 지난 1월에도 정부는 정책 브리핑을 통해 장병 적금을 홍보하면서 6% 금리가 가능한 것처럼 안내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애초 책정한 기본금리 5%도 현재 실제론 2.5~4.5%가 대부분이라 이 역시 기만에 가깝다.

시중 금융기관들이 이런 짓을 했다면 불완전 판매를 넘어 사기 판매로 과태료에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사과하기는커녕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도 참 뻔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