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책상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둔 모습이다./국회방송

‘핼러윈 참사’를 논의한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김남국 의원은 검은 넥타이를 매고 가슴에는 ‘근조(謹弔)’ 리본을 달았다. 김 의원은 “지금 모든 정부 부처가 다 동원돼서 함께 한마음으로 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준엄한 표정으로 정부를 질타한 그는 이날 상임위 중에 자리를 비우고 코인을 거래했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 당시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피눈물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권이면 패륜 정권”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정부를 공격했다. 직무상 위법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그런 민주당의 최전방 공격수로 꼽히는 김 의원은 코인 거래 내용이 드러나며 정의로 치장한 가면이 벗겨졌다. 그는 “코인 거래를 한 것, 재산 신고를 안 한 것이 불법은 아니다”라는 법리, “한동훈 검찰의 기획 수사”라는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음모론이 먹히지 않자 김 의원은 ‘잠시 떠난다’며 탈당했다.

당에서 먼저 나서서 출당·제명을 해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상황인데 일부 민주당 의원은 ‘도덕적 기준이 너무 높은 게 문제’라며 김 의원을 결사 보위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19일 “마녀사냥 하듯 여론 재판이 이뤄졌다”며 “우리가 너무 깨끗한 척하면 오히려 그 기준으로 문제 제기하는 정치적 집단으로 보일 것 같아서 더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도 최근 라디오에서 “상임위 발언 후 볼일 보는 경우 많다”며 코인 거래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김 의원 사태를 보며 영화 ‘공공의 적’(2002)이 생각났다. 이 영화에서 사이코패스 존속 살해범은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며 울지만, 다리를 떠는 모습이 잡혀 연기임이 들통난다.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달고 두 손으로는 코인 거래를 한 국회의원과 그를 지키려는 의원들이 있다. 조국의 강은 민주당에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이름을 안겼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에 ‘김남국의 바다’라는 오명을 남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