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부모가 경원중학교 앞에서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경원중학교 비대위 제공

“경찰이 ‘집값 떨어질까봐 (혁신학교) 반대한 거냐’고 묻더라고요.” 초등학생 학부모 A씨는 최근 서초경찰서에 불려갔다. 인근 경원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는 방침에 반대하는 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A씨가 한 일은 대단하지도 않았다. 인터넷 ‘지역 맘카페’에서 경원중 혁신학교 논란을 접하고는 “내 아이가 갈지 모르는 학교 일인데 모르는 척할 수 없다”는 마음에 소셜미디어 채팅방에 참여했다. A씨는 “채팅방에서 누군가 ‘혁신학교 반대 현수막 좀 알아봐달라’고 했고,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현수막 회사에 전화를 했다”며 “한 일은 그게 전부였는데 경찰에서 오라 하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동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경원중을 둘러싼 혁신학교 지정 반대 집회를 ‘폭력적인 교권 침해’ ‘허위사실 유포’로 간주하고 형사고발했기 때문이다. 반대파들은 “ΟΟΟ(경원중 교장)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등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A씨는 “나를 마치 범죄인 취조하듯 몰아붙였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의 규모만 거의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집회 채증 사진까지 들이밀며 혁신학교 반대 집회에 갔냐고 묻길래 ‘회사일 때문에 못 갔다’고 했지만 무슨 반정부 집회를 한 것도 아닌데 너무 하더라”고 전했다.

경원중은 지난해 9월 혁신학교로 지정받기 위해 절차를 다 밟았으나 12월에 이를 철회했다. 일부 학부모가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대한 건 학력 저하 우려가 크긴 했지만,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 태도 탓도 있었다. 경원중은 ‘마을결합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학부모들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혁신학교’의 한 형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반발을 샀다.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고 날치기로 지정했다”고 집회와 시위를 이어갔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A씨는 되물었다. “전 혁신학교 반대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제대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나요?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나서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걸 노린 건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