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하늘에 별이 하나 보였다. 이제 빛으로 가득한 밤의 도시에는 웬만한 별들은 안 보이거늘, 인공위성일까? 아니면 행성일까? 휴대폰의 천문학 앱을 켜 보니 별의 이름은 거문고 자리의 베가, 동양에서 ‘직녀’라 일컫는 별이었다.
직녀가 있으면 견우가 있어야지. 하지만 빌딩도 많고 가로등도 밝은 도시에서 직녀의 짝을 찾기는 어려웠다. 다시 한번 천문학 앱을 써서 고층 아파트 끝에 살짝 걸려 있는 ‘견우성(星)’을 겨우 찾아냈다. 원래대로라면 직녀와 견우 사이에는 은하수가 넘실거리고, 둘은 사랑하지만 만나지 못해 애태우다가 1년에 한 번 칠석날 까마귀와 까치들의 도움을 받아 재회할 수 있어야 했는데. 도심의 빛 공해는 이들 사이의 은하수를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의 잔별들도 모두 보이지 않게 했다. 밤하늘에 남은 것은 오로지 견우와 직녀뿐. 은하수가 없어져 버렸으니 이제 까마귀와 까치가 굳이 없어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홀로 남은 견우와 직녀가 안타깝다. 다른 별들이 보고 싶다. 어린 시절, 강원도의 밤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나던 별들과 하늘을 가로지르던 비단 같은 은하수의 광경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인공의 빛이 없었던 시기, 자연의 빛이 빛나던 시기. 아주 먼 옛날의 사람들은 빛 없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대신 별들을 이어 그림을 그리고, 별자리를 만들어냈으며, 그리고 전설들을 만들어냈다. 동양은 28수의 별자리, 서양은 황도의 별자리와 그 외 별자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별들을 통해 나라와 인간의 운명을 알아낼 수 있다고 믿고, 해와 달, 별이 뜨는 시간을 재고 기록하고 계산했다. 현대인이 보기엔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그토록 꾸준한 관심이 있었기에 인간은 학문을 만들어내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마침내 현대에 이르러 인간은 화성에 로봇을 보내고 태양계 너머로 탐사선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직녀도 견우도 만나지 못했다.
현대의 인간은 도시의 밤하늘에 외로이 떠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