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는 속칭 ‘BMW(Bus·Metro·Walking)족’이 되었다. 걸어서 이동하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 놓치고 있는 아주 소중한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가끔 전통 시장에 들러 일용품을 사고 길거리 음식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장을 걷던 어느 날 요즘은 보기 힘든 호떡 가게를 만났다. 호떡을 기름에 튀겨내듯 익히는 방식이 아니라, 기름을 살짝 두른 철판에서 구워내는 가게였다.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호떡을 멀리했던 터라 그날로 단골집이 되었다. 가끔 들러 여러 개를 사서 냉동고에 보관하다 출출할 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재작년 봄 주인이 호떡을 싸주면서 내일까지만 팔고 가을부터 다시 호떡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말을 하길래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날이 따뜻해지면 방부제를 넣거나 반죽을 여러 차례 만들어야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아 여름이 시작되면 판매를 중단한다는 대답을 듣고 잠시 얼떨떨했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섭취한다. 유해 여부를 떠나 방부제가 들어간 호떡을 팔지 않겠다는 주인장의 마음이 고맙다.

두 사람이 서면 꽉 차는 작은 공간 뒤에는 한물간 녹음기, 전축, 스피커 같은 음향 기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밖에 걸린 간판도 옛날 그대로이다. 호떡 대신 슬러시를 파는 여름철이면 단골손님들은 지나는 길에 들러 음료를 마시면서 호떡 안부를 묻는다. 얼마 전 호떡을 사면서 물어보니 올해는 4월 말일까지 팔고 10월 중순에 재개할 예정이라 한다. 넉넉하게 사놔야 당분간 방부제 없는 호떡을 즐길 수 있겠다.

인천 신포시장에는 일 년에 일곱 달만 호떡을 파는 겉과 속이 다른 속 깊은 호떡집이 있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