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교통 카드를 충전하고도 가게를 나서지 않았다. 눈치 빠른 가게 주인은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과 버스가 올 때까지 앉아계실 의자를 내드렸다. 차가운 아침 바람 속을 걸어온 할머니의 몸은 스르르 풀어졌다. 버스가 오자 할머니는 뛰어나갔고, 가게 주인은 혹시나 할머니가 버스를 놓칠세라 운전기사를 향해 “잠깐만요!” 외쳤다. 그렇게 ‘어쩌다 사장 2′(tvN)의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수퍼마켓에 연예인이 열흘이나 머물며 장사를 한다니 온 마을이 들썩거렸다. 주인공은 차태현과 조인성. 동네 젊은 주부가 손수 앞치마를 만들어 가져오고, 어르신들은 연속극 나온 사람들이라며 마냥 신기해 했다. 수퍼마켓은 생각보다 컸다. 바코드가 모든 물건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었고, ‘초보 사장’들이 물건의 종류와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손님을 세워두고 마트 안을 헤매기도 하고 혹시나 창고에 있나 싶어 뒤져보기도 했지만 유독 찾는 물건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짜증내지 않았다. 같이 찾아보기도 하고, 급하지 않다며 나중에 오겠다고도 했다. 모두가 ‘어쩌다 사장 놀이’를 하고 있는 듯 즐거워보였다.

배달 풍경도 도시와 달랐다. 휴대폰보다 전화, 입력보다는 말이었다. 사장이나 아르바이트생이나 주문 내용을 받아 적는 것은 벅찼다. 상호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배달 가능 품목은 판매하는 모든 것, 정산은 현금이나 장부 거래였다. 가까운 곳은 걸어 가기도 했고 스쿠터나 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배달 시간이 늦어도, 주문 품목이 빠져도 주문자와 배달자가 마주하는 순간 책임을 묻기보다 장사는 잘되는지, 별일은 없는지 인사가 우선이었다.

이 모든 것을 연출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시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서로 마주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생기가 그곳에는 살아있었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 전 국민의 거의 모든 생필품과 입안으로 들어가는 음식까지 ‘로켓 배송’해주는 시대지만, 여기에는 빠진 것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온기(溫氣)만큼은 결코 배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에 내가 마냥 끌렸던 것은 그러니까 잘생긴 남자 배우들이 나와서가 아니라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동네 수퍼마켓이 그리워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