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부쩍 늘었다. 배달 앱으로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별점이다. 4.8점, 5.0점, 4.9점…. 5점 만점인데 식당 대부분이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기록하고 있어 가끔은 난감하지만, 그나마도 별점 높은 식당을 찾게 된다. 높은 별점은 많은 사람이 만족했다는 것이니 확률상 내가 먹어도 맛있을 것이란 기대를 준다.

이제 배달뿐 아니라 별점이 없는 서비스를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왓챠에서 콘텐츠 관련 업무를 할 때 별점 데이터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다루다 보니 다른 서비스에서도 별점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요즘에는 음식은 물론 영화, 쇼핑, 헤어디자이너 심지어 택시 기사한테도 별점을 매긴다. 그만큼 사람들이 뭔가를 선택할 때 참고할 지표가 필요하고, 별점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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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별점이 실제로 선택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배달 앱은 물론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숙소를 고를 때도 가격과 위치는 천차만별인데도 별점은 하나같이 만점에 가깝다. 가히 ‘별점 인플레’라고 할 만하다.

별점 인플레를 보면서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것은 내가 대학생이던 2010년 전후 대학가의 화두 중 하나였던 ‘학점 인플레’다. 전체 대학생의 90% 이상이 B학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 학점 거품이 심했다. 표면적 문제는 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더욱 심해진 취업난과 획일적 평가 구조가 있었다. 가장 힘든 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학점을 받고 있던 청년 취준생들이었던 것이다.

동네 분식점조차 미슐랭급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음식 배달시키면 “별점 구걸한다”는 손 편지와 함께 보내온 각종 서비스를 보면서 ‘별점 인플레’ 시대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짐작한다. 학점에 목매달던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우리가 왓챠에서 별점을 활용할 때는 단순히 평균 별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별점은 낮더라도 이 콘텐츠를 좋아할 사람들이 있는지, 부족한 점이 있어도 어떤 뚜렷한 장점이 있는지를 본다. 별점의 목적은 콘텐츠를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고, 콘텐츠는 다양한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게 드물다. 음식이든 콘텐츠든 쇼핑이든,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과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이런 다양한 면면이 제대로 평가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될 수 있다면 별점 인플레 문제도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효진 왓챠 사업 담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