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음반 가게에 가면 머리를 장발로 기른 형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 형은 자타공인 메탈 팬이었다. 록에 입문하고 싶다고 하자 순한 맛과 매운맛을 구분해 추천해주었다. “처음엔 이걸로 시작하고 다음엔 이쪽으로 넘어가자.” 매운맛의 앨범 커버엔 마법사 분장을 한 남자가 사람 키만 한 낫을 들고 있었다. 순한 맛으로 선택했다.
그 순한 맛의 앨범이 메탈리카의 1991년 명작 ‘메탈리카(Metallica)’였다. 원래 제목은 ‘메탈리카’지만 앨범 커버가 온통 검은색이라 그냥 ‘블랙 앨범’으로 불린다. 들어보니 결코 순한 맛은 아니었다. 처형장의 낫을 좋아했던 그 형 기준에만 “말랑말랑한” 앨범이었다.
‘메탈리카'는 메탈 장르가 얼마나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미국에서만 1600만 장 이상 팔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대중음악 앨범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워낙 보편적인 매력이 뛰어나서 메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몇 달은 중독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메탈리카'는 메탈, 록, 나아가 대중음악의 고전이 되었다. 록 팬들이 많이 찾는 음악 펍에 가면 ‘낫싱 엘스 매터스(Nothing Else Matters)’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은 꼭 한 번 이상 듣게 된다. 노래가 나올 때 제목을 모르면 록의 ㄹ도 모르는 애가 되었다. 철학과에 다닐 때 교수님께서 ‘칸트의 물자체를 모르고 철학을 배웠다 하지 말라’고 하셨다.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엔터 샌드맨’을 모르고 록을 안다고 할 수 없었다.
‘메탈리카’ 앨범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선후배와 동료들이 참여한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참여진이 엄청나다. 위저 같은 록의 대표 주자는 물론이고 거장 엘튼 존, 디즈니 아이돌 출신 마일리 사이러스, 첼리스트 요요마도 있다. 한국의 YB가 명단에 있어 국내 록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세대, 장르, 대륙을 넘어 ‘메탈리카' 앨범의 영향력이 얼마나 광범위했는지 알 수 있다. 메탈의 시대는 지났지만 전성기의 위대한 유산까지 빛이 바랜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메탈을 들어야겠다.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