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잡힌 건 아니지만 직장인이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일 게 분명한 말, “감사합니다”. 메일 끝마다 ‘감사합니다’는 꼬박꼬박 붙였다.

연차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루틴이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평일 오전마다 메일함과의 한판 대결이 볼만했다. 유관 부서의 협조 요청 메일, 같은 팀 안에서의 확인 요청 메일, 회사 바깥 협력 업체의 제안 메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저자와의 메일까지 되도록 오후가 되기 전에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처리란 쉽게 말해 ‘답신’한다는 것이다. 주요한 업무에는 답신할 내용이 없더라도 메일을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좋다. 관리부나 마케팅부 등에서 오는 기본 데이터 확인 업무는 괜히 묵혀 두지 말고 그때그때 답을 해야 바쁠 때 신경질이 덜 난다. 신중하게 답해야 할 메일은 워드 문서에 내용을 미리 작성해 보고, 팀원과 공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업무와 연결된 인원은 되도록 모두 메일 참조를 건다. 참조 순서는 업무 관련순-직급순으로 한다. 그중 순서대로 누구라도 이 업무를 체크해 달라는 의미다. 길게 쓰는 메일은 단락을 나누거나 번호를 표기하여 본론을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날씨 등의 첫인사는 생략해도 상관없다. 괜한 데 힘쓰지 말자.

별것 아닌 원칙이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도 종종 있었다. 아니, 많았다. 업무라는 게 매번 같은 듯 달라서 과하게 자세한 매뉴얼은 유연한 일처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하나는 통일했다. 통계로 잡힌 건 아니지만 직장인이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일 게 분명한 말, “감사합니다”. 메일 끝마다 ‘감사합니다’는 꼬박꼬박 붙였다. 물론 정말 감사할 때도 있었지만 아무 감정 없을 때가 더 많았고, 괘씸할 때도 왕왕 있었다. 언제든지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감사함이 제1원칙이라는 듯이.

회사를 나오고 새로 만든 메일 계정은 신생 업체의 그것답게 별 소식이 없다. 그래서 처리하고 답신할 업무도 없다. 텅 비어 있는 메일함을 보고 있노라니, 감사합니다, 말하고 싶어 손이 간지럽다. 아릿한 실감이 육박한다. 이 출판사는 이제 시작이구나, 이제는 정말로 진심으로 진짜로 온전히 ‘감사’해야 할 시간이 온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