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4학년때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한 달간 실습을 했다. 지금도 수의학 의료봉사 단체 소속으로 봄·가을에 매달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봉사하고 있다. 유기견 보호소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버려진 개의 비율이 높다.

2014년에 반려견 등록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많은 반려견은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양쪽 어깨뼈 사이 피하에 주입돼 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실수로 보호자를 잃어버린 반려견도 내장칩을 통해 빠르게 보호자를 찾을 수 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실습할 때 지켜본 반려견들의 운명은 둘로 엇갈렸다. 내장칩이 있는 반려견은 스캔 기기를 통해 전산상으로 등록된 보호자를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반려견을 만난 보호자들은 대부분 눈물을 터트리며 감사를 표한다. 덩달아 코끝이 시큰해지며 가슴이 뭉클한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국내 한 한 동물보호소에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유기견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반려견의 관리 상태를 보면 보호자를 실수로 잃어버린 것인지 혹은 버려진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칩을 내장하고 있지 않은 개들은 대부분 외관상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보호자로부터 버려져 반려견에서 유기견이 된 것이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아픔을 갖고 있는 유기견들의 행동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사람을 두려워해 봉사 참여자들을 매우 경계하거나 무서워하는 부류, 또 하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음에도 마치 자신을 입양해달라는 것처럼 봉사자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부류다.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개는 덜덜 떨면서 꼬리를 숨기고 짖거나 입질을 한다. 학대를 저지른 이의 성별에 해당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경계해서 수의사가 진료하기 어려운 일도 잦다.

반려견이 엄연한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이름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도 과거엔 아픈 개를 ‘환축’으로, 키우는 사람을 ‘주인’으로 표현했지만, 이제는 각각 ‘환자’ ‘보호자’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입양이 늘어난 만큼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파트 생활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무턱대고 대형견을 입양했다가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또 반려동물에게 쓰이는 돈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입양했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개 또는 고양이의 마리당 사료 및 용품 지출 금액은 연평균 약 5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일부 보험회사에서 출시한 반려동물 보험이 있기는 하나, 반려동물은 사람과는 달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동물병원 진료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TV 프로그램에서 특정 품종견이 화제가 되면 한동안 해당 품종의 입양이 유행처럼 늘어난다. 그러나 품종견은 고유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는 확률도 높다는 점이 매우 크게 우려가 되는 문제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들개 또는 길고양이가 되거나 유기동물보호소로 가기 마련이다. 대다수 보호소는 생각보다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 보호 기간은 10일로 정해져 있다. 이 기간 안에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할 수 있다.

최대한 안락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보호소에서도 입소하는 유기동물의 숫자가 많아지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행한다. 소수의 후원으로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설 보호소는 구체적인 정보를 잘 알리지 않는다.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보호소로 알려지면 파양하려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버리고 떠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곁에 두고 즐거워한다는 뜻의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삶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문화가 널리 정착됐다. 반려동물을 맞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가족 구성원으로서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새로운 생명이자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만날 때의 설렘과 비례해 마지막까지 함께하겠다는 책임감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