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주 문화와 그 문화의 토대가 되는 술은 최근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1980년대에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저녁 식사 자리는 당시 격변하고 있던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듯 모든 부분에서 넘쳐흘렀다. 지인들과 혹은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은 물론 최대한 많은 술을 마시곤 했다.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 역시 이 같은 현상에 많은 영향을 줬다.

음주 문화와 그 복잡성 그리고 변화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논의가 돼서, 이보다는 술의 발전과 취향의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최근 한국에서 만나고 즐길 수 있는 술들은 양보다는 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막걸리는 언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술 중 하나였다. 1980년대에는 막걸리와 경쟁할 만한 술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양조된 맥주는 당시 불안정한 냉장 유통망에서도 품질을 유지하고자 첨가제를 더했기 때문에 인위적인 맛이 강했다. 수입 와인은 드물었고 한국 와인을 마신 사람들은 다시 맥주를 찾기 일쑤였다. 소주는 알코올 함량이 높고 풍미는 부족했으며, 특히 저렴한 소주에는 인위적인 화학품 향이 가득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소맥’은 소주와 맥주가 서로 보완하지 못하고 단점만 부각돼 입맛에 맞지 않는다. 술에 있어 나는 양보다는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인들과 만나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기보다는 같은 공간에서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막걸리의 기억은 항상 맛과 경험과 관련이 있다. 부산 동래산성에서 먹은 막걸리를 곁들인 염소 고기는 친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직접 기른 농작물을 식탁에 올리는 ‘Farm to Table(팜투테이블)’ 방식이 세계적인 각광을 받기 수십 년 전부터 이 식당은 마을에서 방목해 키운 염소를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의 막걸리는 이런 ‘팜투테이블’ 방식을 따르고 있었던 것 같다.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것 같은 플라스틱 병, 대충 붙여놓은 저렴해 보이는 라벨 때문이었다. 교감도 필요했다. 침전물을 섞기 위해 병을 조심스레 흔들어야 했고,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 기한이 짧아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1990년대 ‘체험 삶의 현장’에 첫 외국인 출연자로 요청받았을 때 아주 기뻤다. 세 가지 직업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포천에 가서 막걸리를 빚는 것이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막걸리 제조 체험을 선택하고 1월의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막걸리의 메카로 향했다. 그곳은 천국이자 열반이었다. 나는 흰색 작업복을 입고 (한국 옷은 늘 그렇듯이 소매 길이가 나에겐 약간 짧았다) 8시간 교대 근무를 통해 막걸리 제조의 모든 공정을 경험했다. 먼저 20㎏의 쌀을 들어 올려 산업용 밥솥에 하나씩 부었다. 밥이 다 되면 밥을 저어 효모와 섞은 후, 이를 거대한 사우나 통에 집어넣어 효모가 발효되고 밥의 겉면이 딱딱해지도록 했다. 이 공정 이후, 우리는 혼합물을 다른 방으로 옮겨 발효를 계속 진행시켰다. 발효 진행 정도가 제각각인 효모와 섞인 밥이 큰 통에 담겨 펼쳐져 있었다. 전통적인 막걸리 양조 방식을 계승한 대량생산 방식이었다. 완성되면 양조된 술을 걸러서 병에 담았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막걸리의 진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전통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받아들였다. 젊고 유능한 친구들이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어 전통을 유지하되 자동화 공정 도입 등 업계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1980~90년대 감성 가득했던 가내수공업 병과 저렴해 보이는 라벨도 이제 깔끔하고 멋진 병 위에 정확한 위치에 붙은 라벨로 교체됐다. 또한, 내가 가끔 방문하는 아늑한 동네 술집이 있는데, 엄청나게 다양한 수제 소주, 막걸리 및 기타 한국 술 수백 가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술집의 주 고객층은 나처럼 추억에 잠긴 나이 든 사람들이 아니라 독특하고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전통의 맛을 즐기는 젊은이들이다. 전통을 받아들이고, 이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그 능력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을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게 해주었다. 요즘은 서울로 돌아와 살기에 정말 좋은 시기이다.

이번 글은 막걸리 원샷하며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