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로 유명한 프로게이머 이상혁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자신만의 습관 하나가 있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예를 들어 상담을 받는다든지 말이다. 이러한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관리하는 법을 많이 배워 현재 평정심을 찾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도 요즘 상담을 받고 있다. 딱히 고민이랄 것은 없었는데, 상담가는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것도 상담의 목적 중 하나라며 상담을 독려했다. 가장 최근의 상담에선 그간 진행된 상담으로 변화한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생쥐 '제리'가 고양이 '톰'을 이기듯 / 일러스트=김하경

“상담을 받으면서 어떤 한 사람 때문에 내 기분이, 내 마음 상태가 좌지우지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선생님 얼굴이 함께 떠오르면서 그러려니, 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에겐 저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의 나 같으면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했겠지만 4개월간 상담을 받으면서 이젠 그들을 이해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원래 타인을 100%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상대가 비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저 사람은 원래 무례한 사람이구나, 하고 넘겨 버리면 된다. ‘저 사람이 대체 나한테 왜 이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의문은 고이 접어 두고.

게다가 어쩌면 그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수도 있다. 최근 나의 지인들 사이에선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라는 책이 화제였다.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유명해지고 싶은 오늘날,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가진 이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하다. 상담가는 나에게 자기애성 성격 장애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성격이 굉장히 강해요. 다른 사람들이 다 자기에게 맞춰줘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왜 그러느냐? 자기가 드러나기 위함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이 사람이 외로워서 그런가 보다, 이 사람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지, 생각하면 안 돼요. 그 사람들은 통제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요. 어린애 같은 거죠.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요구를 하면서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해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서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을 상식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안 돼요. 비상식적인 사람이고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할 땐 그 사람의 논리를 적용해야 해요. 예를 들어 그 사람 자신을 위한 일인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그 사람이 다 널 위해서라며 어떤 일을 맡긴다면, 거절할 때 똑같이 말해주는 거예요. ‘전 못 해요. 그런 일을 하면 당신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저도 다 당신을 위해서, 당신을 생각해서 안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라고요.”

상담가의 말에 이제는 내가 깔깔 웃었다.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아닌가.

“그러니까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오늘은 이 사람을 어떻게 골릴까 생각해봐요. 골리는 재미를 느껴 봐요. 그런 사람들에겐 절대 틈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톰과 제리처럼요?”

이번엔 다시 선생님이 웃을 차례였다.

“네, 톰과 제리처럼요!”

오늘 상담은 아주 유쾌했다. 톰을 대할 생각을 하니 제리처럼 짜릿해졌다.

“그 사람에게 받은 심리적 압박이 분명히 있어요. 그걸 털어내야 가벼워져요. 우리가 오늘 나눈 이야기는 가벼워지기 위한 노력이에요.”

내담자가 상담가에게 정보를 많이 줘야 상담가는 더 분명하게 내담자가 처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고 한다. 더 가벼워지기 위해, 그래서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당분간은 계속 심리 상담을 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