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 미식 투표단은 주목할 만한 식당을 선별해 특별상을 수여한다. 향후 ‘베스트 50’에 오를 잠재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해 수상자는 인도에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팜로어(Farmlore)였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가 ‘개미’다. 쬐끄만 불개미를 디저트 위에 몇 마리 올려내는데, 씹으면 과일 같은 산미(酸味)가 톡 터진다고. 레몬나무·망고나무 등 서식하는 나무에 따라 개미 향도 다르다고 한다. 시상식은 서울에서 열렸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가 공동 주관했다.
개미는 서울 강남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식탁에도 올랐다. 말린 개미 5마리 정도를 검은깨처럼 얹은 식혜 빙과. 새콤함을 더하는 뜻밖의 방식 덕에 식도락가 사이에서 꽤 화제를 모았다. 주방장이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면서 기세는 더 올라갔다. 그러다 지난여름 철퇴를 맞았다. 현행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식약처는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곤충인 개미를 사용한 음식점 적발’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해 개미 요리 약 1만2000회(1억2000만원 상당)를 서빙한 업주의 죄상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한국에서 허용되는 식용 곤충은 단 10종이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123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메뚜기·누에·밀웜·쌍별귀뚜라미 등인데, 개미는 빠져 있다. 전통적으로 섭취해 오지 않았고 안정성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로 불법이고 불법이니 소탕해야 한다는 푸대접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다만 동네 놀이터에서 주워 온 개미는 아니었다. 미국과 태국에서 정상 유통되는 ‘고급 식용 개미’ 통조림 상품이었다. 의아한 사실이지만 개인이 직접 해외 직구로 사 먹는 것은 허용된다. 1파운드(453g)에 약 40만원. 어쩌면 노다지일 수도 있다.
나는 개미에 별 관심이 없다. 줘도 안 먹을 것이다. 그저 개미를 다루는 엇갈린 태도에서 혁신과 정체의 작은 단서를 발견할 뿐이다. 이를테면 세계 최고 수준에게만 수여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네 차례나 정상을 차지했던 덴마크 식당 노마(Noma)의 명성은 ‘개미를 얹은 새우 요리’ 같은 선도적 실험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샐러드에도 개미를 넣었다. 수입산 레몬보다 근처 숲에서 잡은 개미 맛이 더 좋더라는 이유였다. 한국이었다면 잡혀 갈 소리다. 먹을 게 없어 개미를 줍느냐, 행정 처분이나 받았을 것이다. 그거 말고 안전한 거 하라고. 돼지도 있고 닭도 있지 않느냐고.
개미는 분명 혀에 익숙한 존재가 아니다. 설득에 시간이 걸린다. 피곤한 일이다. 성가신 개미 따위, 치워 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성장의 가능성은 짓밟힌다. 물론 개미처럼 근면한 의지를 주문할 수는 있다. 개별 식당마다 식약처에 ‘한시적 기준·규격 인정’을 신청하도록 권고할 수는 있다. 기원 및 개발 경위, 국내외 인정·사용 현황, 제조 방법, 원료의 특성, 안전성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허가가 나면 그 식당에 한해서는 한시적으로 개미를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럴 바에는 그냥 삼겹살을 굽거나 치킨을 튀길 것이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자는 새해의 구호가 각계에서 드높다.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자고, 불확실성에 주눅 들지 말자고, 진취적 용기를 주문한다. 정말일까? 그 진정성은 새길을 가려는 개미를 위해 돌 하나를 치워줄 때 비로소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