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던 크로스대 대니얼 해리슨 교수 연구진이 바닷물을 하늘로 뿜어 인공 구름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구름 입자를 쏘아 올려, 하늘의 구름을 더 밝고 촘촘하게 하는 ‘바다 구름 밝히기(MCB)’ 프로젝트다. 수온 상승으로 바닷속 산호가 하얗게 변해 죽어가는 백화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서던 크로스대

태양이 무자비하게 끓어오르는 날이면 수백 개의 바닷물 분사 노즐이 거대한 물안개를 뿜어낸다. 물안개는 화산재 기둥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라 옅은 구름이 된다.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로 불리는 호주 북동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 해역에서 벌써 5년째 진행해 온 실험이다.

호주 서던 크로스대 대니얼 해리슨 교수 연구진은 2020년부터 바닷물을 하늘로 뿜어 인공 구름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구름 입자를 쏘아 올려, 하늘의 구름을 더 밝고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다. 이 ‘바다 구름 밝히기(Marine Cloud Brightening·MCB)’ 프로젝트에 약 1조원이 투입됐다. 호주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다.

구름을 밝힌다니? 솔직히 황당하게도 들린다. 과학자들이 구름을 바꾸겠다며 이토록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딱 하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이례적 수온 상승으로 바닷속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빈발하면서 1995년부터 지금까지 절반이 넘는 산호가 폐사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19년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망설일 시간이 더는 없다’고 판단한 호주 정부와 과학자들은 인공 구름 입자를 쏘아 올려 바다의 태양 복사열을 낮추겠다고 나섰다. 해리슨 교수는 “밝은 구름으로 바다를 차양처럼 덮어 빛 반사율을 높이면, 수온이 낮아지고 해양 생태계 파괴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을 흔히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 부른다. 나쁘게 말하면 지구 환경을 조작하는 일이다. 지구의 기후는 전 세계의 환경이 그물처럼 정교하게 얽혀 완성된다. 한 곳을 자칫 잘못 건드리면 다른 곳이 나빠질 수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지구공학은 그래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시도’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5년 전쯤부터다. 폭염과 태풍, 가뭄과 홍수, 산불이 매년 더 미친 듯이 폭주하는 것을 모두가 체감하게 됐다. 위기는 임계점을 넘었다. 2024년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 상승한 첫해로 기록됐다.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가려면 150년 동안 원자폭탄을 매일 1초에 두 개씩 터트리는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말 그대로 시시각각 터질 듯 달궈지고 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한유진·Midjourney

기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문제는 이게 하루이틀에 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효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세계 각국이 지구공학을 다시 보는 이유다. 영국 정부는 6680만달러(약 935억원)를 투입한 ‘기후 냉각 탐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북극 얼음을 두껍게 하기 위해 바닷물을 퍼 올려 얼음 위에 뿌리고 다시 얼리기, 탄산칼슘을 실은 풍선을 성층권에 띄워 대기 온도를 낮추기 같은 실험이 포함됐다.

미국 MIT 연구진은 용융 실리콘으로 만든 얇디얇은 거품을 우주로 보내 브라질 면적 규모의 반사막을 씌우자고 제안했다. 반사막이 태양빛의 2%가량만 차단해도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진 가상 실험 수준의 계획이다. 어떤 부작용이 닥칠지 몰라 반대도 거세다. 그러나 MIT 감응화도시연구소(Senseable City Lab)의 카를라 라티 교수는 반문한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 다급해서, 낭떠러지 앞이라서, 이렇게 무모한 실험이라도 시작했다는 것이다.

거리로 나섰다. 하늘이 불길을 머리에 끼얹었다. 그래도 여생에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