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0년대 들어서부터다. 시작은 등록금이었다. 2000년대 당시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청년층의 분노가 고조됐다. 이를 달래기 위해 ‘반값 등록금’과 같은 공약이 등장했다. 차제에 논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20~30대가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게 요지였다. 2013년 서울을 필두로 지방자치단체마다 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의 참여 기구들이 설립됐다. 덕분에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는 정책들이 행정에 반영될 수 있었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은 청년정책의 다양화로 이어졌다. 구직 준비 비용이나 전월세 보증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건 기본. 어떤 지자체는 지역으로 전입해 온 청년들을 위해 각종 생필품이 담긴 ‘웰컴키트’를 제공하는가 하면 청춘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없는 정책이 없다. 오랜 기간 수많은 청년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제안해 온 결과다.

요즘은 청년을 겨냥한 정책으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청년정책 고도화의 역설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후보자들은 2030 표심을 잡겠다며 일자리를 몇 개 만들고 주택을 몇 호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낸다. 저게 실현 가능한가 싶은 의구심은 둘째로 치더라도, 공약의 파급력은 크지 않다.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정책이 제안된 경우가 태반이다. 웬만한 공약으론 신선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다수가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역세권 청년주택 보급을 확대한다고 한들 대상에 선정되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한다.

청년정책이라는 건 임시방편인 측면이 있다. 일자리·주거 등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는 보통 사회구조적인 데에서 비롯된다. 구조를 바꿔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구조개혁에는 강한 반발이 뒤따른다. 그 반발이 두려워 사안의 본질에는 손대지 못하면서 이런저런 시혜성 정책으로 적당히 땜질하고 있는 게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청년정책의 현주소다. 당사자들은 안다. 오늘 받는 지원금은 내일의 빚이라는 걸.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내버려둔 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지 않고서 집값을 잡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도.

독일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의 ‘대한민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 영상이 청년층에서 큰 화제를 모은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영상에는 극단적인 인구 절벽에 직면해 한국 사회가 경제·문화·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쇠퇴하게 될 거란 내용이 담겼다. 2030세대에선 이 나라가 정쟁에 매몰돼 반등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내리막길을 걷게 되리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은 4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국정 우선 과제’를 물었다. 모든 집단이 1순위로 경제회복/활성화를 꼽았다. 하지만 그다음은 세대, 이념에 따라 판이하게 나뉘었다. 20대 이하는 ‘저출생 대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응답자 비율은 14%. ‘계엄 세력 척결(2%)’ ‘검찰 개혁(1%)’을 요구하는 목소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진보적인 유권자, 혹은 그런 성향이 강한 40~50대에서는 ‘계엄 세력 척결’ ‘검찰 개혁’을 우선 과제로 꼽는 여론이 훨씬 우세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닥쳤지만 2030세대 표심은 여전히 방황 중이다. 어떤 조사에서는 20대 절반이 선호하는 후보가 없는 걸로 나온다. 이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온갖 청년정책을 내놓는 건 큰 의미 없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구조부터 뜯어고치겠다는 사람, 대한민국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인물에게 청년들은 표로 화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