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액 133조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3개월 만에 작년 연간 영업이익(43조6010억원)을 넘어섰다. 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은 애플과 엔비디아에 이어 글로벌 기업 중 3위다. 우리 기업의 저력을 세계에 증명한 쾌거이자, 중동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고전하는 한국 경제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증권사들은 AI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영업이익이 400조원으로, 작년(91조원)의 4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24곳이 지난해 벌어들인 전체 영업이익(245조원)의 1.6배다. 두 회사가 낼 법인세가 작년 정부의 법인세 세입(8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만성적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 재정에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투톱의 눈부신 성과 이면에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가려져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특정 기업과 산업에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반도체 쏠림은 축복인 동시에 거대한 리스크다. 두 회사 이익이 상장사 전체보다 많은 현실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언젠가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경제와 나라 재정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과거 핀란드 경제가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위기를 맞았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호황이지만, 자영업과 서비스업 등 내수 부문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간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은 한국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가 벌어준 세금을 선심성 지출로 낭비하지 말고, AI 인프라의 핵심인 전력망 확충 등 미래 산업 투자와 산업구조 다변화로 연결해야 한다.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제2, 제3의 삼성·하이닉스가 나올 수 있는 토양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가 벌어준 시간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