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부산항 8부두에서 한국에 순환 배치되는 미2사단 제2스트라이커 여단의 장갑차 등 군수물자가 미 선박에서 내리고 있다. 이 부대는 이달 임무를 마치고 떠나는 미4사단 제1스트라이커 여단을 대체해 9개월 동안 한국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김동환 기자

주한미군이 18~19일 서해 공해상에서 F-16 전투기 수십대와 전략 폭격기, 정찰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공군 훈련을 했다. 중국 공군이 대응 출격하면서 미·중 전투기가 서해상에서 대치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미·일 공군은 서해 남쪽 동중국해에서 미 전략 폭격기 4대와 항공자위대 전투기 11대를 투입해 훈련을 했다. 미국은 이 대규모 훈련을 계획하면서 한국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참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구체적 훈련 내용과 지역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일본과만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주한미군 서해 훈련은 미국이 강조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이다. 북한 도발 억제는 한국군이 맡고, 주한미군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주한미군이 쓰는 위아래가 뒤집힌 지도엔 대만까지 거리가 표기돼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주한미군이 대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총리는 중국 위협에 맞서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선거에서 압승했다. 일본은 미 공군과의 훈련에 대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미·일 공군 훈련에 출격한 B-52 전략 폭격기는 주한미군의 서해 훈련에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사실상 연계 훈련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서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무단 침범하지만 우리 공군은 중국을 의식해 서해에선 장거리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주한미군이 서해에서 대규모 훈련을 시작했다. 미국은 서해 훈련을 하면서 우리에게 훈련 사실만 통보하고 규모·목적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이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정부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가 아니라 계속 북한 대응에만 국한하기를 원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주한미군이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 장소가 서해와 그 바로 남쪽의 동중국해인데 정작 우리는 내용을 모르는 일도 자주 벌어질 수 있다.

우리가 주변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우리에게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은 거기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전시작전권까지 전환되면 주한미군의 대중국 역할은 점점 강화된다. 미·일의 군사 밀착도 더 공고해진다. 주한미군이 서해 중국 방공식별구역 앞까지 날아갔는데도 우리가 몰랐고 미국에 항의했다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에 닥칠 변화와 풍랑의 예고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