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인력 양성규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2031학년도까지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했다. 올해 치러지는 대입에서 490명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과 내후년(2028학년도와 2029학년도)엔 613명으로 늘리고, 2030학년도부터는 공공 의대와 신설 지역 의대 정원을 각각 100명씩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서울권 의대만 정원을 늘리고 늘어나는 정원은 모두 지역의사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재학 중 정부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의료 기관에서 10년간 일하게 된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을 겪은 지 2년이 지났다. 그 당시 고령화와 필수·지역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증원 자체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 지시로 한꺼번에 2000명이나 증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 등 장기간의 의료 공백을 겪고 겨우 혼란을 수습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따라서 또 의료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증원 규모는 의료계 추천 인사가 과반수인 의사수급추계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의사협회는 이번에도 추계 결과 자체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정부가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정부부터 시작해 2년 이상 논의했으면 논의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내년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더 이상 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의대 증원은 ‘응급실 뺑뺑이’를 돌며 도로 위를 배회하게 하는 현실이나 산부인과 등 지역 의료가 붕괴하는 사태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이제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진 만큼 국민들 애로 사항이 많은 필수 의료 인력의 안정적 확보,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 관심을 옮겨야 한다.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 의대 증원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필수 의료 수가를 높여 정상화하는 방안, 필수 의료 의사가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서둘러 제도화해 의료계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