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새해 첫 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8개월 사이 12번째 만남이다. 정부가 현장과 소통하며 경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엔 정도가 있어야 한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그룹 총수 간담회가 대부분 그렇듯 이날도 우리 경제와 기업 현안을 놓고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시간 남짓한 전체 일정 중 10대 그룹 총수들에게 배정된 발언 시간은 한 명 당 5분 안팎이었다고 한다. AI 혁명, 미·중 갈등, 트럼프 관세 등 세계 경제의 격변하는 파고 속에서 경영 전략을 구상하는 총수들을 모아놓고 몇 분간 짧은 발표를 듣는 것이 과연 실효성 있는 전략 논의인지 의문이다.

간담회 주제는 ‘청년 고용’과 ‘지방 투자 확대’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경협 회장이 10대 그룹이 “5년간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말 이것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숫자인지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청와대에 불려가 내놓는 숫자들을 다 합치면 천문학적일 것이다.

기업의 투자는 오로지 각 기업의 판단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 기업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사업성 판단도 가장 절박하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 고려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데 청와대가 요구하는 ‘지방 투자’는 6월 지방선거용이란 사실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청년 고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업들의 청년 고용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노동 유연성이 너무 떨어지는 노조 일변도 법 제도와 정부 정책 때문이다. 청년 고용 문제를 논의한다면 당연히 이 문제가 첫번째 의제가 돼야 하는데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현 정부는 기업 승계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속세 규정 개선,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는 배임죄 규정 개선, 반도체 연구개발에 한해 주52시간 규제 완화 등 기업의 호소는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 경영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핵심 문제들은 논의하지 않으면서 청년 고용과 지방 투자를 말한다는 것은 선거용 행사일 뿐이다.

세계에서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인들을 이렇게 자주 불러 모아 행사를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주요 기업인들을 거의 전부 데리고 다니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떡볶이 사먹는 시장 방문 현장에 기업인들을 도열시키는 모습까지 보였다.

기업은 정부가 수시로 징발하고 동원하는 수단이 아니다.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면 기업이 주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만들고 제시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역할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8개월 동안 12번이나 글로벌 기업인들을 소집해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한다. 정권마다 이름만 바뀐 채 되풀이되는 이런 낡은 관행은 이제 없어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