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X와 SRT를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대로면 2013년 이후 약 13년 만에 다시 합쳐지게 된다. 코레일이 사실상 SR을 흡수하게 됐다. 이는 민노총과 철도 노조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경쟁 체제가 사라질 경우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철도 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다. 철도 서비스를 독점 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방만 경영의 폐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철도 운영 경쟁 체제가 정착됐고 국민 반응도 좋았다. SR 측은 “현재 SRT 요금이 KTX보다 저렴하며, 지난 10년간 인상 없이 국민 교통비를 약 8800억원 절감했다”며 경쟁 체제가 더 국민에게 이익이라고 해 왔다. 그 성과를 이재명 정부가 노조 민원 해결 차원에서 단번에 없애겠다는 것이다.
철도 통합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며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이다. 노조 등 철밥통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경쟁이다. 경쟁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지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경쟁 체제에선 한쪽이 파업하더라도 다른 쪽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역시 민노총엔 눈엣가시 같은 문제였다. 철도가 합쳐질 경우 파업을 하면 대안도 없게 된다.
주요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철도 민영화 또는 경쟁 체제가 대세다. 일본은 전국 단일 체계로 운영해 온 국철을 6개 여객 회사, 1개 화물 회사로 분할 민영화한 지 오래고, 유럽도 개방형으로 철도 운영사 간 경쟁 체제를 도입해 다양한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만 세계적인 추세와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민노총 위원장 출신을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시작으로 모든 노동 문제에서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어렵사리 이뤄온 작은 노동 개혁 성과조차 다 되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