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 사건을 다시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 여사가 수억 원어치의 의상 80여 벌을 구매하는 데 국가 예산인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의혹이다. 2022년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으나 3년 이상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경찰이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은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의 보완책이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선 이번처럼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 수사 과정은 민주당 강경파들이 밀어붙이는 것처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할 경우 일어날 일들을 보여준다. 김 여사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사용했던 관봉권 다발, 김 여사 의류 구매 리스트, 매장 단말기 사진 등 그동안 이 사건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뒤 3년 5개월간 대통령 기록관만 압수 수색했을 뿐 김 여사에 대한 계좌 압수 수색이나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에 재수사 요청 권한조차 없었다면 이 사건은 부실 수사로 이미 종결됐을 것이다.

검찰총장과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을 뿐이다. 검찰총장에 대해선 법무장관의 지휘·감독권이 있지만 경찰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휘·감독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권조차 폐지된다면 경찰의 부실 수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경찰이 야당 인사들에게 과잉 수사를 해도 이를 막을 방법 역시 없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신설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모두 폐지했다. 그렇다면 경찰과 중수청 수사에 대한 검찰의 최소한의 견제 권한은 유지시키는 것이 사법의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