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美日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거듭 추진 의사를 밝혔다. 미·일 순방에 동행하는 기업인들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면 ‘기업으로선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법이나 상법 수준에서 맞춰야 할 부분들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보고를 잘못 받은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중 하나인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제2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노동관계법에 사용자 범위를 따로 정의하지 않은 나라가 많고, 있다고 해도 ‘고용 계약상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국내외적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인정하는 판례가 간혹 나오기는 하지만, 안전 문제 등 특수한 경우이거나 우리나라에서는 하청이 아닌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을만한 예외적인 케이스들이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문구도 너무 추상적이라 진보 성향 학자들조차 노사가 법 적용을 놓고 다투다 소송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제3조)도 선진국에서는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못 하게 하기 때문에 대량 손해배상을 청구할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노조 대상 손배 소송 대부분은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해 다른 근로자들도 일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생긴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노조의 폭력적 불법 점거가 아예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노조 편만 드는 입법을 하면서 선진국 수준에 맞추는 것이라고 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노란봉투법이 선진국 수준에 맞추는 것이라면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가 일제히 입법 반대 성명을 내고 정부 여당까지 찾아가 우려를 전하겠나. 선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니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의 투자 매력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여야, 노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실질적인 논의를 해본 적이 없는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중립적인 노동 전문가라도 불러 이 법에 대해 객관적 의견을 들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