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휴가 복귀 후 내린 첫 지시다. 전날 아파트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웬만한 사건과 사고는 국정상황실이 수집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번 지시는 대통령이 산재 문제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의 산재 사망자는 2098명이다. 질병 사망자를 제외하면 827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이 산업 현장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매일 2명 이상 산재 사고로 사망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많은 국민이 이해할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안전 관리와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한국은 경영 책임자에게도 산재의 형사 책임까지 묻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강경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산재가 줄지 않는 데에는 현장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 외에도 불법 하도급, 외국인 근로자의 소통 문제, 고령화 등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대통령이 산재 사건에 대해 최우선 직보를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이 대통령은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산재에 대한 발언과 대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대출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더니 “반복 공시를 통해 기업의 주가를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회사 문을 닫게 만드는 ‘건설 면허 취소’ 방안도 언급했다. 정부와 민주당도 강경한 대책과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분노하면 일시적으로 사고가 줄어드는 듯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이 반응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은 과잉 입법, 산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안보 위기, 경제 성장, 산업 경쟁력 등 대통령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받아야 할’ 국정 과제가 적지 않다. 현시점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과제가 산재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