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충청 지역민과의 소통 행사에서 “정상적으로 (빚을) 갚는 분들도 많이 깎아줄 생각이고, 앞으로도 (채무 탕감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예산에 포함된 정부의 채무 탕감 조치가 “형평성에 맞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113만명의 채무 16조원을 탕감하고,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10만명의 대출 원금을 90%까지 깎아주기로 했는데, 앞으로 대상과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다.
채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 은행 거래를 할 수 없고 일자리를 얻는 데도 제한을 받는다. 내수 침체 장기화 속에서 취약 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역대 정부도 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사태 후 3개월 이상 연체한 소상공인 7만명의 빚을 최대 15억원까지 조정·감면했고, 문재인 정부는 1000만원 미만의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 159만명의 연체 채권을 소각했다.
하지만 채무 탕감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빚을 안 갚으면 언젠가는 정부가 갚아주겠지”라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확산되고 “돈을 빌리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신용사회의 기본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이번 채무 탕감과 같은 조건인 ‘7년 이상 연체, 5000만원 이하 채무’를 모두 상환한 채무자가 지난 5년간 361만명에 달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꾸준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은 정부의 채무 탕감 조치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역대 정부가 채무 탕감을 남발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억제한 것은 이런 부작용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신용 불량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채무를 탕감해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추가 탕감”을 공언하는 것은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자칫 신용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 앞으로도 채무 탕감이 있다면 누가 성실하게 빚을 갚으려 하겠나. ‘추가 탕감’이 실언(失言)이라면 이 대통령은 잘못임을 인정하고 발언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이번 채무 탕감이 예외적인 조치이며, 앞으로도 절제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