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서울중앙지법이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겐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이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문 전 대통령 ‘30년 친구’인 송철호씨를 당선시키려고 상대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원은 핵심 혐의인 ‘하명 수사’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청와대가 경찰에 하명해 야당 후보를 수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선거 제도와 국민들의 참정권을 위협한 중대 범죄”라고 했다. 당시 벌어진 상황은 이 표현 그대로다. 문 전 대통령은 송씨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동원됐다. 송씨 측이 넘겨준 야당 후보 관련 첩보를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넘겨 수사하도록 했고,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그의 사무실을 덮쳤다. 야당 후보는 나중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선거에서 낙선한 뒤였다. 법원은 청와대의 이 공작을 다 유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 선거 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켰다. 검찰총장도 몰아냈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는 15개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문 정권의 불법을 그 수족이 된 일부 검찰 간부와 판사가 덮고 뭉갠 것이다. 그 사이 송씨는 시장 임기를 다 채웠고, 황운하씨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이제야 1심이 끝났으니 그는 내년 5월까지 임기도 다 채울 것이다. 수사 중단과 재판 뭉개기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 모든 불의의 진상도 언젠가는 다 드러나야 한다.

사건 자체의 진실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건을 비서관 혼자 벌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윗선이 따로 있고 그게 누군지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선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 엄청난 일을 수석과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이 범죄의 정점에 문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문재인의 친구를 위해, 문재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문재인의 청와대 조직이 동원된 이 범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검찰의 윗선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가 이뤄졌지만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 판단을 미루고만 있다. “1심 결과와 증거 등을 더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