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들이 진 빚이 104조원에 이른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이 중 10%가 연체 상태라고 한다. 한은은 경기 부진 등이 이어진다면 추가 금리 상승이 없더라도 연말엔 연체율이 1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영업자들이 대규모 파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란 뜻이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금융부채 총액은 1033조원에 달한다. 코로나 이후 348조원이나 늘어났다. 그동안 정부가 다섯 차례에 걸쳐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지만 이 조치의 시한은 오는 9월 끝난다.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 빚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수백만 자영업자가 파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 집값 하락, 금리 상승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장사가 안 돼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출 담보로 잡힌 부동산 값이 하락해 담보 능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도 공언하고 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의 대량 파산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5만명을 넘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났다. 신용회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6만명을 넘었다.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급전을 빌려 쓰는 대부 업체 연체율은 이미 10%선을 넘어섰고, 저축은행에선 이자를 3개월 이상 못 내 회수 불능으로 분류하는 대출금 비율이 5%를 웃돌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권 연체율도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년 전 카드 대란 당시 370만명이 신용 불량자로 전락해 이혼·자살과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등의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를 위해 30조원 규모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신청액이 4조원대에 그치는 등 이용률이 저조하다. 신청 조건을 완화하고 신청 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등 대응 시스템 전반을 손보아서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