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169명 중 최소 31명이 이 대표 체포에 찬성, 기권, 또는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불신임”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장동 민간 업자에게 7800억원대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에 48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428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진술도 있다. 기업들에서 성남FC 후원금 133억원을 받는 대가로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막대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개인 비리 의혹이다. 이것을 감싸는 데 민주당이 통째로 동원된다면 당내 반발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도 “윤석열 정부의 사법 사냥”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장동 수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했다. 문 정권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심각했던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도 대장동 비리다. 이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치를 계속할 뜻이라면 불체포 특권에 의존하지 말고 당당하게 수사에 응해야 했다. 그래야만 본인과 민주당 모두에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로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지난 1년 가까이 ‘이 대표 방탄’에만 열중했다.

체포 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 구속영장은 자동으로 기각됐다. 그러나 앞으로 백현동·쌍방울 사건 등으로 추가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체포 동의안을 전부 부결해도 결국 법정에 나가 재판받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불법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당무 집행을 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한다. 당 차원의 방탄 없이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자 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추진키로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샅샅이 파헤치고도 증거를 찾지 못한 사건이다. 이 대표 방탄용 맞불 놓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내 비(非)이재명계는 최근 보고서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민주당을 떠났다.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비전도 전략도 없는 무능한 당이 됐다”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68년 역사를 가진 당이다. 세 번이나 집권했다. 지금은 압도적 국회 다수당이다. 이런 주요 정당이 한 개인의 사당으로 전락해 민심을 잃은 채 불법 혐의 감싸기에만 동분서주한다면 한국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