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4/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국회의원 100여 명과 당원·지지자 등을 동원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집회였다. 현장에선 “이재명 지켜” “윤석열 구속” 같은 구호가 이어졌다. 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하자”고 했다. 그 옆에선 보수 단체들이 “이재명 구속” “감방 가자”를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이 대표 방탄 외에 어떤 명분도 찾기 어렵다.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국회에서 자신들 주장을 반영할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169석을 가진 국회내 압도적 다수당이다. 법안과 예산을 주무르며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러 온 정당이 갑자기 거리로 나갔다. 그 목적도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을 규명하려는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행태는 ‘조국 사태’를 다시 보는 듯하다. 4년 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벌어졌던 장외 집회 대결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조국 일가의 온갖 파렴치한 행태가 드러나는데도 ‘조국 수호’를 외치며 “이게 민심의 목소리”라고 했다. 조국 사태에 소신 발언을 한 사람은 총선 공천에서 자르고,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하고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 준 인사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범법 수사를 받는 조국이 법무장관에 임명된 것처럼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 대표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대표에 올랐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당헌 개정으로 방탄막을 치고 이젠 거리 투쟁 보호막까지 둘렀다. 국민 편 가르기로 한 사람의 비리 혐의를 덮으려는 조국 사태 때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3년여 재판 끝에 조 전 장관이 1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주당은 한마디 언급조차 없이 침묵했다. 훗날 이 대표가 지금 받는 혐의 중 일부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은 한 때 이 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정당이다. 거리 투쟁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의 장외 집회는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행사가 돼버렸다. 이 대표가 받고있는 혐의는 전부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누가 이런 장외투쟁을 납득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