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15/뉴스1

국민의힘이 내년 3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의 경선 룰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당헌·당규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씩 반영해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를 바꿔 당원 비율을 90%로 늘리고 여론조사를 10%로 줄이거나 아예 100%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한다.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갑자기 골대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친윤계가 처음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고 운을 떼자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 투표 100%가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초·재선 의원들은 ‘100% 당원투표로 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조사에서 친야 지지자들이 야당에 유리한 후보를 찍는 이른바 ‘역선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룰 변경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 룰을 바꿀 수는 있지만 선거를 목전에 두고 특정 계파의 유불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당대표 경선에 국민 여론조사가 처음 들어간 것은 2004년이다.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18년 동안 시행돼 왔다. 민주당도 여론조사를 25% 반영한다. 친윤계는 “반장 선거에 다른 반 아이들이 투표하면 되느냐”며 역선택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해도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 대상이고, 민주당 지지자는 제외하는 만큼 역선택 가능성은 크지 않다.

거꾸로 여론조사를 없애면 당원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을 배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힌다는 취지도 무색해진다. 당원 숫자가 기존 3배인 80만명으로 늘어 여론조사가 별로 필요없다고 하지만 왜 지금 당장 없애야 하나. 친윤계가 여론조사에서 밀려 선거에 질까 봐 ‘당심 100%’를 밀어붙인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골대를 옮겨 골 넣고 이긴들 국민들이 그 정당성을 인정하겠나. 현행 룰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전당대회를 치른 후 민주적 절차를 거쳐 바꾸면 된다. 윤석열 정부가 펴나갈 정치는 정정당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