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당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7형'. 북한은 3일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다. 최종 성공은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험 발사를 거듭하며 성능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은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특히 2~3개의 다탄두를 탑재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 때 처음 선보인 이 미사일을 올해 2월부터 총 6차례 시험 발사했다. 2단 분리까지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 고도도 처음으로 2000㎞에 육박했다. 다음 발사 때 정점 고도 6000여㎞, 최고 속도 마하 20을 기록하는 완성품이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북한이 핵탄두를 여러 개 실은 사거리 1만5000㎞ ICBM을 갖게 되면 그들 입장에선 게임 체인저가 된다. 미국은 자신들의 본토를 핵으로 때릴 수 있는 나라엔 다르게 대응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북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해도 미국이 반격하려면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결정을 내릴 미국 대통령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은 7차 핵실험도 곧 강행할 것이다. 이제 목전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것은 과거 6차례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남 타격용 단거리미사일에 탑재할 소형 전술핵 탄두 양산을 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전략핵보다 작아 실제로 쓸 수 있는 핵으로 평가된다. 북은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 핵실험을 거의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은 5년 전과 닮았다. 2017년 김정은은 체제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핵·미사일 개발에 동원해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2018년 초 돌연 평화 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북은 이번에도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 ICBM을 완성한 뒤에 미국과 협상을 벌여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 할 것이다. 미국민에게 안전을 주는 대신 한국민을 핵으로 깔고 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이 핵실험을 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유엔 추가 제재는 중국, 러시아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미의 제재는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하고 있다. 북핵의 효용성을 한순간에 ‘0′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의 핵 보유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미국을 설득해 한 발짝씩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북이 치를 가장 확실하고 혹독한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