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작년 1월 사장 선출 당시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고 경험도 전무하다”는 직무수행 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전력 산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모자라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료 없이 추측과 생각으로 계획을 작성해 제출한다”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편적이고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엉터리 계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썼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연 매출 4조원 공기업 사장에 선출됐다.

계획서 내용대로 검사 출신인 김 사장은 전력 산업을 모르는 문외한이다. 문 정권 출범 직후 경제 관료가 주로 취임하던 관세청장에 그가 임명됐을 때부터 “청와대 낙하산 인사” 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고교 후배이자 노무현 청와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경력 때문이다. 그후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지 1년도 안 돼 발전 공기업 사장에 올랐다. 발전 5개사 사장 중 전력 문외한은 그뿐이다.

이 회사 규정은 사장 후보자의 자격 요건으로 비전 제시 능력, 전력산업 관련 지식과 경험 등을 적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는 임원추천위의 추천을 통과해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청와대로부터 무조건 뽑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문외한임을 자인하는 계획서를 냈을 것이다. 이야말로 권력형 채용 비리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시 추천과 선출 과정을 조사해 직권 남용이나 직무 유기 소지가 있다면 사법 조치해야 한다.

이 사례는 문 정권 당시 낙하산·알박기 인사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얼마 전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원 고위 간부가 공금 수천만원을 들여 연구원 공간 일부를 개인 집으로 리모델링한 뒤 심야에 여성을 들였다가 발각됐다. 작년에는 문 정권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정치권 인사가 20조원을 운용하는 금융사 투자운용본부장에 내정됐다가 여론 비판에 밀려 물러났다. 문 정권은 이런 자격 미달 측근 인사들을 집권 마지막까지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 구석구석에 밀어 넣었다. 이들이 도처에서 끼치고 있는 해악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