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서 4억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8일 구속됐다. 부지사 재직 시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받아 쓴 혐의다.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8년과 이듬해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가 주최한 남북 교류 행사 비용 수억 원을 지원한 부분도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가 총괄했고 이 대표가 지사 시절 치적으로 내세운 행사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대표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여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이 대표의 반응은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한 게 전부다. 이날 이 전 부지사 구속에 대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때 이 전 부지사 측근 이한성씨가 화천대유와 자회사인 천하동인 1호 이사를 맡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차라리 ‘같은 이씨’라고 엮는 게 빠를 것”이라고 했었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된 날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그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을 주장하며 2024년 총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 개헌을 통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없애자고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헌법상 특권인 불체포 특권 폐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개헌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자신의 의혹에 대한 국면 전환용 개헌 제안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후원금 등 10여 건의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다. 수사가 한 걸음 나갈 때마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방탄을 추가하고, 한편으론 윤석열 대통령을 맞고소하거나 부인 특검을 추진하는 맞불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만 한다. 명쾌하게 해명한 적이 거의 없다. 사건 관련인 4명이 숨졌는데도 외면하기만 한다.

이 대표는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대표다. 다음 대선도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겠다는 정치 지도자라면 정도를 걸어야 한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