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월 29일 경기도 과천 방통위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3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 점수를 낮게 조작한 정황을 감사원이 확보해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TV조선의 평가 점수가 전체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해서 채점 때 공정성 점수를 낮춰 수정했다”는 심사위원 일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방송의 중립성을 지켜줘야 할 방통위가 거꾸로 인·허가권을 이용해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을 공격한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했던 일을 떠올려보면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란 의심이 든다.

문 정부는 정권을 잡자마자 당시 야당이 추천한 강규형 전 KBS 이사를 ‘김밥집 2500원’ 법인카드 사용까지 문제 삼아 해임했다. 방통위는 법인카드 사용액이 더 큰 다른 이사는 놔두고 강 전 이사 해임 건의안만 올렸고 문 전 대통령은 이튿날 바로 재가했다. 강 전 이사는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무효 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문 정권은 이미 끝났고, 소송 비용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물어야 한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에 대한 막강한 규제권을 갖고 있어 정치적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한상혁 위원장은 정치 중립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해 온 사람이다. 문 정부는 방송 보도 내용의 편파·왜곡 등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자신들 편인 정연주 위원장을 앉혔다. 정 위원장은 KBS 사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14시간 생방송 기록을 세웠고 KBS 발전위로부터 “어느 정권보다 철저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정연주 방심위는 정부 비판 매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김어준씨 등 자기편 편파 왜곡 방송은 감싸기에 바빴다. 김씨가 “검찰의 정경심씨 공소장은 허위 공문서”라고 하고, 서울시장 선거 때 근거도 없이 ‘페라가모·생태탕’ 의혹을 제기해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문 정권 기간 동안 공영방송들은 정부 감시 비판이 아닌 응원단 역할을 했다. 그런 한 위원장과 정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일부 방통위 심사위원은 “범죄가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감사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여부는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이다. 검찰은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 방통위 공무원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