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2022.7.29/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이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23일 만에 대표 대행에서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이준석 대표를 지칭한 듯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문구가 노출돼 논란이 확산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비대위는 주로 선거에 진 쪽이 쇄신 목적으로 만드는 기구다. 대선, 지방선거를 잇따라 승리하고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좌충우돌하며 내분을 벌이던 여당이 집권 두 달여 만에 선거 패배 정당처럼 ‘비대위 코스’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 전환 여부와 요건 등을 놓고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친윤계는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일각에선 전원 사퇴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권한은 정지됐지만 이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로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배현진 최고위원에 이어 조수진 최고위원도 이른바 ‘윤핵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사퇴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물러났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권 대행이 원내대표에서도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친윤계 내부에서도 서로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친윤계를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비난했던 이 대표는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당권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골룸”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측 인사들은 “친윤계가 이 대표의 복귀를 막으려 비대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 전체가 국정과 민생은 완전히 뒤로 제쳐둔 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는 듯 서로 험악한 말을 주고받으며 물어뜯고 있다. 당 전체가 총체적 혼돈에 빠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위기가 닥쳐오고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할 만큼 경제 침체가 본격화됐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 세력은 자신들만의 감정과 권력 다툼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석 달도 안 돼 28%까지 떨어졌고 정권 위기설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이 정권 출범 후 불과 두 달 만에 비대위 체제로 내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신속하게 수습하지 않는다면 만회 불가능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경제와 민생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