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2019년 7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목선을 나포하라고 지시한 합참의장을 소환해 4시간 동안 조사했다고 한다. 사건 10여 일 뒤 민정수석실이 박한기 합참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왜 북 목선을 퇴거 조치하라고 지시했는데 따르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는 것이다. 군이 NLL을 침범한 북 선박을 나포해 경위를 조사하고 귀순 의사나 대공 용의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할 일이다. 당연한 지시를 내린 작전 지휘관을 청와대가 모욕 준 것이다.

당시 북 선박은 NLL 북쪽에 한동안 혼자 머물다 엔진을 켜고 돛대에 흰색 천을 단 채 정남향으로 내려왔다. 의도적으로 NLL을 넘었거나 귀순 의사가 있다고 볼 여지가 컸다. 그런데 청와대 안보실은 합참 실무진에 ‘그냥 북으로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조사 없이 돌려보내라는 것 자체가 온당치 못한 지시였다.

군은 이후 “북 선박이 방향 착오로 월선했고 귀순 의사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나포 40시간 만에 북으로 송환했다. 당시 항로와 흰색 천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귀순이나 정탐 가능성이 있는데 너무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과 정상회담 개최에 매달려 있던 청와대가 군을 압박해 북 선박들을 무조건 돌려보내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당시 민정수석실의 소환 조사는 월권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비위 문제도 아닌데 민정수석실이 무슨 권한으로 군 작전 지휘관을 조사한다는 건가. 군 지휘부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여기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정권 초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은 인사 문제를 논의하자며 육군 참모총장을 영외로 불러내 카페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러니 군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북한 눈치 보며 훈련도 하지 않고 경계 실패와 기강 해이 사건이 속출하는 것이다.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말도 이래서 나왔을 것이다.

합참의장 조사 이후 군은 북 선박이 NLL을 넘어와도 나포·조사 없이 현장에서 돌려 보내곤 했다. 4개월 뒤 탈북 어부 2명이 귀순했을 땐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사흘 만에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에 묶어 북송해 버렸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문 대통령 친서와 함께였다. 이듬해엔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사살해 불태웠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월북자로 몰았다. 북한과 평화쇼 궁리에 빠진 청와대가 국민과 탈북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우리 군마저 망가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