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밝히고 있다. 2022.6.30/뉴스1

8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이 “지금 민주당은 계파 정치는 물론 ‘정치 훌리건’이라 부르는 악성 팬덤에 휘둘리며 민심과 상식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 “쇄신도 반성도 없는 정당이 됐는데 기업이었으면 벌써 여러 번 망했을 회사”라고도 했다.

현재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후보로 나섰다 패배한 뒤, 두 달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재명 의원의 극성 지지층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대선에서 져 정권을 잃은 민주당이 반성은커녕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 처리한 것도 ‘개딸’이라는 이 의원 지지층 영향이 컸다. 당시 당 회의에선 ‘무리한 입법이다’ ‘이러면 지방선거 필패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작 국회 본회의에선 100%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이 의원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겠다는 팬덤의 압박에 의원들이 모두 백기를 든 결과였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그에게 불리한 언행을 하는 정치인은 ‘수박’ ‘X파리’ 등으로 부르며 문자 폭탄과 함께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을 보낸다. 이 의원을 비판한 한 중진 의원 사무실에 3m 길이 대자보를 붙여 “치매가 걱정되고 중증 애정 결핍이 심각한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런 폭력적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는 합리적 이견 조정이 불가능하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이런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매일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위장 탈당했다가 최근 복당 의사를 밝힌 민형배 의원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이 새로운 민주당을 판단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 민 의원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민 의원은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90일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쟁점을 논의하라는 취지로 보장된 절차인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고 위장 탈당을 한 사람이다. 문재인 정권 임기 내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가짜 무소속’으로 야권 의원 행세를 한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의회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로 우리 국회에서 결코 반복돼선 안 될 일이다.

지금 민주당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사석에선 박 의원과 같은 생각을 토로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개딸’ 등 극성 정치 훌리건들의 압박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당을 국민의 신뢰를 받는 품위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