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 거품 붕괴로 대표적인 위험 자산인 가상화폐가 연일 폭락하는 가운데 업비트·빗썸 등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5개 거래소가 공동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올 하반기에 상장 관련 기준을 마련해 공통 심사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가상화폐 경보제를 도입해 위험 신호가 발생하면 투자 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폰지성 사기 여부 등을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난립하는 가상화폐 투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숱하게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런데도 이런 낮은 수준의 자율 규제조차 여태 도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미국 금융 당국은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인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가을부터 스테이블 코인의 구조적 약점을 예측하고 선제적 규제에 착수했다. 미국 뉴욕주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지침도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위험한 이른바 ‘잡코인’들이 난립하고 2030 세대가 빚까지 내서 ‘묻지 마 투자’에 뛰어드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손 놓고 방치했다. 이제 와서 뒤늦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초보적인 자율 규제에 나섰지만 이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의 난맥상이 개선되기엔 역부족이다. 1500여 만명의 투자자가 거래하는 가상화폐 시장은 한때 하루 거래량이 코스피 거래량을 웃돌 만큼 과열 투기판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민간 거래소에만 떠밀지 말고 정부와 금융 당국이 직접 책임을 지고 가상화폐 시장을 투명하고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대책과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