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한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선택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오늘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는다. 비행기가 내리자마자 이곳으로 직행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가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 자산임을 미국 대통령이 거듭 확인해준 것이다.

이날 현장에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두 대통령을 안내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자신의 재판 때문에 자칫 못 가는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3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 공판일이 이날과 겹치는 바람에 이 부회장의 평택 행사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다. 재판부가 공판 불출석을 허가해줘 황당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삼성을 억누르는 사법 리스크를 보여주었다. 사건이 되는지조차 불투명한 사건을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 때문에 어제도 하루 종일 재판정을 지켰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후 1년 6개월 이상 감옥에 있었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후에도 2개의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주 1회 이상 서울 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5년간 재판 참석 횟수가 120여 차례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환경과 지정학적 여건이 급변했다.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이 반도체 등 전략 물자의 공급망 새로 짜기에 나서면서 한국 정부와 삼성·SK하이닉스를 향해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금 미국 인텔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재개에 나섰고, 대만·일본은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에 먼저 올라타려 대규모 투자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경쟁자들이 숨 가쁜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와중에서도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1조원 이상의 인수합병(M&A)을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정부는 미국·일본·유럽·대만 등을 본따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경쟁국에 훨씬 못 미치는 반쪽짜리 법률에 그쳤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송전선 설치가 4년간 지연되고,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는 부지 확보 문제로 2년간 착공이 늦춰졌다. 경제는 물론 안보·동맹까지 반도체에 의존하는 나라가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