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피곤한 듯 코를 만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가 편성한 14조원 규모 추경안에 대해 민주당이 최소 35조원으로 늘려야 한다며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명에게 주는 지원금을 1인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대통령 선거 운동 개시일인 오는 15일 이전에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는 정상적인 코로나 지원이 아니라 노골적인 매표 행위다.

민주당은 이 돈 뿌리기에 선거 승패가 달려있는 듯 추경 증액에 필사적이다. 물가 자극과 금리 불안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증액에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를 향해 “탄핵”을 거론하며 거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홍남기의 재정 쿠데타·폭거”라고 한다. 같은 정권 대통령이 임명하고 신임한 부총리를 향해 여당 의원들이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매표용 돈 풀기”를 비판하면서도 충분한 자영업 손실 보상을 위해선 추경 규모가 50조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표 경쟁에 뒤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자 김부겸 총리는 증액 가능성을 내비쳤다.

새해 본예산 집행이 막 시작된 1월에 추경안을 짠 것부터가 6·25 동란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여당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명분으로 들지만 얼마든지 올해 본예산에 반영할 수 있었다. 두 달 전 본예산을 통과시킬 때는 가만 있던 여당이 이제 와서 자영업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돈 풀어 표를 사겠다는 것이다. 야당도 뒤질세라 편승하니 아무도 막는 사람이 없다.

야당은 기존 본예산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조달하자고 한다.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대형 본예산 607조원의 5%만 전용해도 30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재원 문제에 대해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또 빚을 내자는 것이다.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은 51%를 육박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채를 또 대량 발행하면 금리와 물가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가뜩이나 빚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자·물가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선심엔 공짜가 없다. 그 후유증은 경제 약자부터 덮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