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안동 찾은 이재명·김혜경 부부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일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안동김씨 화수회(일가끼리 모이는 모임)에서 설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지사로 근무할 때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상시로 아내 김혜경씨 등 가족의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 동원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후보 측근인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 지시에 따라 7급 공무원이던 A씨가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자택 냉장고와 옷장 정리, 아들 퇴원 수속 및 병원비 결제 등을 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일과의 90% 이상이 김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고 했다.

음식 배달과 관련해선 공무에 쓰라고 지급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개인 카드로 이 후보 집에 가져갈 소고기 값을 음식점에서 일단 결제한 뒤, 이튿날 법인카드를 쓸 수 있는 시간대인 점심시간에 해당 업소를 찾아가 앞선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배씨와 A씨의 통화 녹음 내역에는 이런 식의 카드 ‘바꿔치기’ 결제에 관한 내용이 10차례 이상 등장한다고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채용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마치 개인 집사처럼 사적으로 부리는 것은 법적,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기에 편법까지 동원해 도지사 업무용 법인카드가 이 후보 가족의 식자재 구입에 쓰였다는 주장이 근거와 함께 제기됐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공금 횡령이나 성범죄는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시키겠다”고 했었다. 이 기준대로라면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도 문제가 된다.

이 후보 측은 A씨의 첫 폭로가 나온 후 닷새간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다 관련 증거가 잇따라 보도되자 2일 배씨와 김씨가 차례로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허위’라고 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배씨는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선을 넘는 요구를 A씨에게 했는데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과잉 충성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공개한 텔레그램에는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는 배씨 언급이 나온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약 대리 처방에 대해선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김씨 이름으로 처방을 받아 A씨에게 받아오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말이 되는가. 거짓말이라고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 후보 아내 김씨도 사과문을 내고 “제 불찰이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도 ‘송구하다’고 했지만 자신은 몰랐다고 했다. 처음에 ‘허위’라고 반박할 때와는 너무 다른 태도다. A씨가 근거를 대지 않았으면 끝까지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뿐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