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북한군 피격 해수부 공무원 형 이래진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진상조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07.08. photo@newsis.com

작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 청와대와 해경이 군 기밀을 제외한 정보를 유족에게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라는 유족의 요구는 거부해 왔다. 법원은 지난달 청와대가 국방부·해수부 등에서 받은 보고 내용과 각 부처 지시 내용, 이씨 동료 진술 조서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끝까지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작년 이씨 아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음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편지를 썼다. 문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심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말이었다. 청와대는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했고 잇단 전화와 방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수사는 1년 넘게 제자리다. 북한군 대화 녹음 감청 파일은 군사 기밀이라고 공개 거부하더니 청와대 자료는 대통령 기록물이라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그간 유족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다하기 힘들다. 1주기 때 제사상도 차리지 못했고, 고3인 아들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에 육사 진학을 포기했다. 어린 딸은 아직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이씨 아들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썼겠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북한에 책임을 묻고 유족에게 정보를 제공하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도 무시했다. 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정보 공개를 막나.

유족들은 “청와대와 정부의 부실 대응이 드러날까봐 이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는 이씨가 북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시간 후 이씨는 사살됐다. 청와대는 다음 날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이 사살돼 시신이 소각됐는데 무엇을 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거론하며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과 관련해선 한사코 정보 공개를 막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