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난 주말 소환 조사했다. 권 전 대법관이 고발당한 지 60여 일이 지나서야 처음 조사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취재진 수가 가장 적은 토요일 오후 검찰청에 들어왔다가 일요일 새벽 빠져나갔다. 불구속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보통 이용하는 검찰청 현관이 아닌 지하 통로나 별관으로 드나들며 언론을 따돌렸다고 한다. 거물급 피의자를 이런 식으로 몰래 소환하는 것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직결된 것이다. 이 후보는 2020년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만약 유죄가 됐다면 이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물러나야 했고 이번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당시 재판에 권 전 대법관은 최고 선임 대법관으로 참여했고 무죄 결론이 나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비리의 핵심인 김만배씨는 이 재판을 전후해 8차례나 권 전 대법관을 대법원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이 후보의 재판에는 대장동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김씨는 대장동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후보 무죄 판결이 나오고 2개월 뒤 퇴임, 김씨가 세운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취업해 매월 1500만원씩 받았다. 김씨가 이 후보에게 보은하기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구명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은 억측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다.
재판 거래 의혹은 권 전 대법관의 개인 비리 차원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이 재판 중인 사건 관계인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재판 거래 의혹으로 수사받는 것은 유례가 없다. 다른 곳도 아닌 대법원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것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검찰은 봐주기 수사로 덮으려 하고 있다.